어렸을 때부터 콩으로 만든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두부도 먹지 않았고 두유는 아예 마시지도 못했으며 콩밥은 물론이거니와 콩나물도 안 좋아했다.
왜 그렇게 싫었을까 생각해 보면 콩의 특유한 비린내라고나 할까, 싱거우면서 밍밍한 듯 밍밍하지 않은 맛이라고나 할까, 특히 물컹한 식감이 한몫한 것 같다. 아직도 두부는 즐겨 먹지 못하고 있다.
근데 반대로 두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물컹한 식감이 오히려 부드러워 먹기 편하고 고소한 맛이 좋다고 했다. 회사후배는 어렸을 때부터 여름이면 콩물이 항상 집에 있어서 학교 끝나고 간식으로 콩물 한 컵을 마시곤 했다는데 지금도 가끔 퇴근길에 시장에서 콩물을 사다가 소면을 말아먹는다고 했다. 후배가 어느 날 회사 앞에 콩국수를 개시하면 먹어보자고 했다. 근데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걸 알고 냉면을 먹으라 했지만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딱 한번 회사 이전하기 전 구내식당에서 콩국수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름 괜찮게 먹은 적이 있어 실제 식당에서는 어떻게 나오는지 어떤 맛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미리 예약을 하고 콩국수를 먹었다. 찐한 국물에 짭조름하니 고소하면서 두유 같기도 하고 연한 크림 같기도 하고 예전에 구내식당에서 먹은 것과 달리 훨씬 맛있었다. 면도 쫀득하고 비리지도 않았다. 근데 살짝 느끼한 맛이 있었다. 콩이 어찌 느끼하지? 그래도 김치랑 같이 먹으면 그 느끼함을 잡아줘서 괜찮았다. 그리고 한 그릇을 다 먹었다.
새로운 경험을 했다. 콩국수를 식당에서 처음 먹어봤어~라고 했더니 애들이 엄청 놀랬고 새로운 경험을 했군요 라며 말해줬다. 예전 같았으면 절대 안 먹었을 거 같은데 기존에 시도해보지 않았던 음식도 한번 먹어보니 재밌기도 했고 여름준비의 시작을 나름 기특하게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콩국수는 먹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