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끄적

겸손해지는 하루

용서님 2024. 10. 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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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실을 나왔다가 김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김선생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어른이란 이런 거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고는 하는데 나는 선생님께 듣고 싶은 얘기, 궁금한 얘기들이 많아서 가끔 이렇게 뵙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평소 말씀이 없으시고 글 쓰는데 집중하셔서 방해될까 봐 사담을 못했다)

선생님은 낮에 오시다 보니 나랑 시간이 겹치지 않는데 오늘은 내가 도착하자마자 선생님도 바로 오셔서 만날 수 있었고 오늘은 잠깐 쉬는 시간에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은퇴하시고 하루를 새벽 5시 반에 시작하신다고 했다. 두 번 쓰러져서 죽을뻔한 경험으로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은 너무 아깝고 나이가 드니 더 시간이 금방 가는 것을 느끼셨다고 했다. 선생님은 원래 한자, 한시, 동양철학, 고전문학부터 대금, 중국어, 영어 여러 가지를 시간을 쪼개서 젊은 시절부터 하셨는데 지금은 은퇴하시고 시간이 남아서 피아노도 하신다고 했다.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그런 나에게 직장생활까지 하니 힘들어서 그럴거라는 위로까지..

모르는 부분을 여쭤보면 바로 해석해 주시고 배경까지  설명해 주신다. 또한 어떤 질문에 대해  가르치듯이 조언하시지 않는다. 나이 든 사람의 입장에서 아랫사람에게 대하듯 하지 않으시고 겸손하게 본인의 생각을 설명하신다. 그래서 내가 더 귀 기울여 듣게 된다.

젊은 나이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으시냐고 했더니 선생님은 과거 오랜 직장생활을 광고기획을 하셨다고 했다. 결혼을 일찍 해서 하고 싶었던 거 못했지만 과거로 가면 고전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하셨다. 지금은 이루지 못하지만 대신 꾸준히 계속 공부를 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책도 여러 권 추천해 주셨는데 언제 읽어볼 실력이 될까.. 이제 시작한 어린이인데

오늘 선생님과 얘기하면서 또 나를 돌아보았다. 부끄럽고 널브러져 있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ㅎㅎㅎ 선생님은 지금시작해도 충분하다고 용기 주시고 가셨다. 자극받는 토요일이 지나간다.

※ 광고회사에서 일하셨대서 최인아 작가님 책 얘기를 했는데 알고 보니 선생님 회사후배셨다고 해서 너무 신기했다. 역시나 후배에 대해 대단한 분이라고 칭찬하시는 모습에서 또 한 번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 직장시절얘기 잠깐 들려주셨는데 너무 재밌었다. 다음에 또 언제 뵐 수 있으려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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